나를 동물보호활동가로 만든 사건

등록일 : 20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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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4 22:23 
  •  수정 2025.05.04 22:24

글 / 연보라 작가, 동물보호활동가

평범한 반려인이자 디자인컨설팅 사업을 활발히 하던 난 조부모님, 부모님, 친인척 모두가 동물 사랑이 유난한 집에서도 유난한 아이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남동생과 난 길에서 만난 유기견들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은 모두 안아주었다.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 사업을 하며 집에서 독립해 나와 꿈에 그리던 대형견을 입양하여 반려하다 보니 3마리의 반려인이 되어 있었다. 반려견들을 위해 시골에 땅을 사 집을 짓던 중 동네 어르신들이 잃어버린 개들을 찾아주다 동물학대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동물학대 수의사 고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를 위탁 운영하던 수의사가 사업비를 아끼기 위해 유기동물들을 굶기며 학대하고, 안락사를 할 때 합법적인 약품이 아닌 저렴한 농약을 사용해 고통사를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은 난 그날부터 그 수의사가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것을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해 수의사의 동물학대 증거들을 찾기 시작했다.

증거들을 모으며 지역의 언론사들을 접촉하려 하고 온라인에 수의사의 악행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평소 언론을 잘 이용하고, 이미 지역에서 형사, 민사의 황제로 유명한 그 수의사를 사람들은 두려워 해 세상에 그 수의사의 악행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수의사 밑에서 근무하던 직원들, 현재 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만나 설득하며 살아 있는 유기견을 사체 냉동고에 넣어 죽인 증거들을 받을 수 있었다.

장장 3개월간 노력 끝에 드디어 언론 보도를 할 수 있었고 이 사건은 ‘살아있는 유기견을 냉동고에 넣어 죽인 수의사 사건’이라는 잔인한 행위로 지역 뿐 아니라 전국 모든 언론들이 주목할 정도로 크게 알려졌다.

직접 수의사와 마주 앉아 공무원들과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유기동물보호소 사업 포기를 받고, 수의사를 동물학대로 고발하며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고작 300만원의 벌금

수의사는 이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여 2년 반 만에 동물학대로 고작 300만 원의 처벌을 받았으나 항소하여 대법원 처분까지 3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 벌금은 적었지만 우리나라 3대 동물학대 사건으로 기록되며 수의사는 개명까지 하여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 동물병원을 차렸다.

냉동고에 살아있는 유기견을 넣어 죽인 사건 외 농약으로 개들을 죽인 건들, 38도의 폭염에 온도조절 장치 없는 밀폐된 차안에 방치해 죽은 개들, 보호하던 11마리의 대형견들을 식용으로 지인에게 넘긴 건들까지 5건의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전 직원, 현 직원들로부터 받은 사진 증거와 증언들을 모아 고발했다.

경찰 수사관은 모두 혐의가 있다고 하여 검찰에 송치하였으나 검찰에서 알려진 냉동고 사건 외엔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 사건을 진행하며 수의사회에서 수의사가 동물학대 행위를 하여도 제명을 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난 분노해 대한수의사회에 항의를 하기도 하였다.

수의사를 고발한 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의사에게 온갖 고소를 당하여 경찰서를 계속 불려 다니기도 하였다. 공익고발 사건임에도 가해자에게 법적으로 시달리는 문제는 어쩔 수 없었다.

점점 개선되는 관련 사건들

2018년도엔 동물학대 사건이 워낙 수사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처벌도 미약한 시기였다. 지금 그 사건들이 고발되었다면 아마도 수의사는 징역형의 실형을 받았을 것이고 고발한 사건 모두 혐의가 인정되었을 것이다.

당시엔 동물학대 사건을 주로 선거법이나 보이스피싱범을 잡는 부서인 수사과 지능범죄팀에서 수사를 했었다.

지금은 동물학대 사건이 사람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강력 사건으로 인식이 되어 동물학대 처벌은 더 높아졌고, 형사과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특사경 제도를 도입해 동물학대 사건을 다룬다.

일각에선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우리나라의 동물학대 사건의 처벌이 미약하다곤 하나 난 그래도 전에 비해 동물학대 사건을 대하는 사법기관의 수사와 처벌이 많이 적극적이고 커졌다고 생각한다.

냉동고 학대 사건이 벌어졌던 청주는 그 사건 이후로 동물학대 사건을 접했을 때 경찰의 현장대응, 과학수사대 파견, 사체 부검 등이 이루어지고 검찰에서 동물학대 사건의 처벌이 확연히 높아졌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점점 개선되어 간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 활동가의 길로

이 동물학대 사건을 겪으면서 난 동물활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동물보호단체의 임원으로 일하며 동물보호법의 개정, 동물복지개선 정책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고, 내가 잘하는 그림을 그려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유기동물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을 해보고자 지역의 수의사회와 지자체와 봉사자들과 마당개중성화프로젝트를 위해 시간을 쪼개 뛰고 있다.

급하지 않게 진심을 다해 동물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동물활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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