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쇠목줄에 화상 심각”…루시의 친구들, 의성 산불 현장서 동물 24마리 구조
등록일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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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영 기자
- 입력 2025.03.24 13:45
- 수정 2025.03.24 13:46
“반려동물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 실효성 확보해야”
산속 개농장 구조에 지자체 역할 주문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전국의 산불재해가 확산되면서 산림청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위기 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동물보호단체들이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경북 의성군에서 구호활동을 펼쳐 동물 24마리를 구조했다고 24일 밝혔다.
의성군은 전국 기초지자체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45%, 2023년)으로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 대피가 힘들어 동물들에 대한 현장 구호 활동 지원이 가장 절실한 지역이다.
의성군 현장 구호 활동에 나선 루시의 친구들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코리안독스, 코리아 케이나인 레스큐(KK9R), 유엄빠, 3677 동물구조대, 더휴 24시 동물메디컬 센터 등이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https://cdn.newspet.co.kr/news/photo/202503/10273_31323_4242.jpg)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단체들은 대피소와 마을 이장 등을 통해 동물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현장 구호 활동에 나섰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에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 줄에 묶인 채 화마에 노출된 만삭의 어미개들, 불길에 화상을 입거나 달궈진 쇠목줄에 목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개와 불길 앞에 속수무책 방치된 강아지 등 총 24마리를 구조했다.
또한 구호 활동 중 축사에 갇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염소를 치료하기도 했다. 뜬장 속에서 새까맣게 타죽은 개와 닭들도 발견됐다. 여전히 응급 재난 상황에서 동물들의 구조 활동은 사각지대에 있음이 확인된 현장이었다.
또한 산속 개농장에 100마리가 넘는 개들이 매캐한 연기속에 방치돼 있었다. 개농장이 마을 교회 인근에 있는 데다 대형 음식쓰레기차가 폐기물을 운반해 온 현장도 목격됐다. 모든 개들이 산불 위험에 처해 있었지만 개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아 수의사의 의료적 판단으로 화상을 입은 일부 동물들만 겨우 구조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산속 불법 개농장 개들 다수가 현재 임신 중으로 추정된다”며 “의성군은 축사 주변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소방 방제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 산불 진화 후 불법 개농장에 대한 고발과 지자체의 개입에 의한 전원 구조와 폐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4년 1월부터 2025년 3월 현재까지 15개월간 의성군 구조 유기동물 241마리 중 입양은 21마리에 그쳤다. 116마리가 안락사 또는 폐사되어 입양 동물수의 6배에 달했다.
김복희 코리안 독스 대표는 “의성군은 2020년 1만평 규모의 오토캠핑장 반려동물 놀이터 등을 갖춘 펫월드를 운영중에 있는 지자체”라며 “그러나 재난시 지역내 반려동물은 물론 재난시 동물들의 안전 돌봄에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도움을 주러 찾아간 대피소에서 구호 단체들은 의성 군수로부터 “사람 우선 아닌가”라는 원론적 얘기를 들었다.
단체들은 “재난시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만 2022년 행정안전부도 ‘재난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한 만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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