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암의 시행착오, 반려동물에겐 없기를”
등록일 : 2024-12-02
상세정보
- 뉴스펫
고비용에도 결국 사망하는 사례 많아…완화의학은 사람·반려동물에게 중요
우리는 흔히 의사가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이야기합니다. 그중에 ‘나는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을 환자들은 대개 잘못 이해합니다. 의사들이 무조건적인 의무를 말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숨은 전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환자가 돈을 지불하면’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고비용에도 암 환자는 결국 사망
사실 의사도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식의 오류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알고 나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생애의 마지막의 치료에 있어서 정말로 치료법이 없다고 해도 과연 의사가 ‘치료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냐라는 점입니다.
저는 대부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항암치료 시 조금만 더하면 살 것 같은데 환자가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아도 기본적인 준비가 되면 시도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의사의 욕심이나 병원의 욕심이 아니라, 인간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의사의 이런 판단은 대개 틀립니다. 환자와 가족은 생애 마지막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많은 비용을 쓰지만 환자는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깨닫고 자신은 항암치료에서 특별히 몇 가지 암을 제외하고는 암치표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은 표적치료제와 3세대 항암제 이외는 이제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생기고 있으며, 1세대 항암제나 수술은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치료용으로 사용한다기 보다는 완화의학적인 차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의사들의 판단이 특히 전문가의 판단이 예상외로 평균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의사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주식투자 제대로 성공한 경제학자는 손에 꼽는다는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예측에 있어서 매우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줍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바로 입시시험의 면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입시에서 면접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실제로 입시시험의 면접은 없어져야 하는 폐습의 하나입니다.
1979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의대의 정원을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이미 2200명의 지원자 중에서 800명이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일차 추려낸 다음에 이들을 면접을 실시했고, 이들을 각각 0점(입학불가)에서 7점(excellent)까지 수치로 점수를 주었습니다.
면접 점수를 평균한 다음에 800명 중에서 면접점수 상위 350등 이내에서 15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이 중 10명이 등록을 포기했지만, 차순위자들도 대체되어 신입생 선발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다시 법안 때문에 의대 정원이 50명이 늘었기 때문에 추가로 50명을 모집해야 했지만, 법안이 발표된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에 텍사스 의과대학에서 선발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면접점수에서 700~800 등에 해당하는 학생들뿐이었고, 이들 중 43명은 텍사스 의대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의과 대학에서도 입학이 허가되지 않았던 학생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들 중에서 50명을 선발했지만, 학교에서는 신입생 200명 중에서 어떤 사람이 나중에 선발된 50명인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후에 Robert DeVaul 이라는 사람이 이들 학생의 성적의 차이가 있는가를 비교했는데, 결과는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2년차 4년차 그리고 레지던트 1년차의 성적이 모두 똑같았었습니다.
보통 통계학자들이 차이가 없다는 말을 할 때는 통계적인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경우는 차이가 있는데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집단 간의 성적이 아예 같았으며 이들 중 82%가 의사 자격증을 받는데 비율도 동일했습니다.
의사의 환자 수명 예측, 거의 틀려
이 연구를 한 DeVaul은 면접이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 연구가 있기 전에도 유사한 결론을 내린 소규모의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것으로 판단해 본다면 단지 텍사스 의과대학의 면접관이 무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50명은 텍사스 의대뿐만 아니라 다른 의대에서도 면접에서 모두 떨어졌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면접관이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판단하는 전문가의 판단이 형편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입니다.
또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바로 아파치라고 하여 중환자의 생존 기간을 예측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중환자가 얼마나 살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이러한 정보가 있으면, 임상 결과를 예측하여 치료 계획을 세우고 중환자실 내 질적 평가와 중환자실 간의 비교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중환자실 내 사망률을 예측하는 여러 모델이 개발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그냥 의사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은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이유는, 중환자실의 환자의 수명을 예상하는 의사들의 예측이 틀려도 너무 틀렸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주 간단한 보험회사의 통계만도 못했기 때문인데, 보험회사의 통계가 무척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 질병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얼마 정도 살더라는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언뜻 보면 좀 이상한 일입니다. 의사들은 통계자료는 물론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가질 수가 있고, 그 질병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의사들의 판단이 아주 간단한 통계보다 못하다는 것은 상식 밖의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후에 밝혀진 이야기는 의사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에 더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판단이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서 먼저 떠오는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아주 간단한 통계보다 부정확하게 된 것입니다.
의사들의 판단이 정확하지 못하기 때문에 몇 가지 자료를 가지고 APACHE I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훌륭했지만 일단 과학화되기 시작하면서 APACHE II가 개발되어 중환자의 사망 예측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최근에 APACHE III를 거쳐서 APACHE IV까지 발표되었습니다. 후에 의사들은 이러한 점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현재 APACHE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야기 하나를 더 하고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과학적인 결과 특히 임상시험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도한 신뢰를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대규모의 임상시험과는 달리 암 환자가 마주치는 임상 결과는 아주 소규모의 결과들입니다. 왜냐하면 대규모의 결과는 이미 의학계에 반영되어 일상적으로 의사들이 알아서 적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제품이 소규모 임상으로 환자들을 유혹합니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제품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상시험의 어려움에 대해서 잘 나타나는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건강 검진의 효과 의문
많은 사람이 암 치료에 있어서 미리 검진을 해서 암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경우에 맞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게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인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굉장히 조심해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건강진단의 효과는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 효과가 좋지만,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유방암 검사를 일찍부터 선택한 사람의 수명은 그렇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보다 유방암 사망률이 높습니다.
이 임상이 설계가 매우 어려운 편이라서 초기 임상시험은 모조리 실패하고 재앙적인 결과만 얻었다가, 스웨덴의 말뫼라는 곳에서 간신히 성공하게 됩니다. 그 지역 사람들이 자주 이사를 가지 않고, 많은 사람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지역 내에서 비교하기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대략 50세 이상에서는 건강진단이 장점이 있지만 그 이하에서는 오히려 피해가 크다고 나왔습니다. 이 결과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기론 우리나라의 의사들 중에서 TV에 나와서 이 임상의 가치를 폄하하는 인터뷰를 한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중에 많은 사람이 이와 동일한 임상 결과가 계속 누적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선진국에서는 유방암 정기 점검의 권장 나이를 모두 늦췄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말뫼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한 6건의 임상이 진행되었지만, 모두 신뢰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니까 하나 더 소개하면 바로 갑상선 암입니다. 이 갑상선은 진단법이 발견되고는 수많은 사람이 갑성선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이 암의 수술 후 경과가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갑상선 암의 사망률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의외로 사망률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이 말은 가만히 생각하면 의사들이 필요없는 수술만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것에 대해서는 예방의학을 하는 사람들과 현장의 임상의사 간의 갈등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방의학자들의 무기는 통계이고 이것이 훨씬 더 강력한 의사결정 수단이기 때문에 저는 예방의학자들의 의견이 맞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갑상선 암의 수술이 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의사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환자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갑상선 암이 발견되었는데, ‘우리 그냥 두고 봅시다’라고 말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의사들은 그 암의 평균적인 진행 속도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더 상상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때문에 독자분이나 저는 마지막에 의미없는 치료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암에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도 이러한 상황을 미리 준비하시고, 의사에게 제안하시는 치료법이 과연 성공률이 높냐고 반드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쉽게 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완화의학은 반려동물에게도 중요
사실 암 환자들에게 있어서 생명이 소중하므로 작은 희망이라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에 헛된 시간으로 소중한 일을 마무리 못하는 것도 사실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완화의학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더불어 많은 사람이 면역력에 관심을 보이고 현대의학과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이러한 변화된 사람의 의술 모습을 최근 동물병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동물의 보호자는 이제 무조건적인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 보다는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우리 수의업계에선 사람 의사들이 걸었던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아무쪼록 수의사님들의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것을 환자들은 대개 잘못 이해합니다. 의사들이 무조건적인 의무를 말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숨은 전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환자가 돈을 지불하면’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고비용에도 암 환자는 결국 사망
사실 의사도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식의 오류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알고 나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생애의 마지막의 치료에 있어서 정말로 치료법이 없다고 해도 과연 의사가 ‘치료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냐라는 점입니다.
저는 대부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항암치료 시 조금만 더하면 살 것 같은데 환자가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아도 기본적인 준비가 되면 시도를 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의사의 욕심이나 병원의 욕심이 아니라, 인간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의사의 이런 판단은 대개 틀립니다. 환자와 가족은 생애 마지막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많은 비용을 쓰지만 환자는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깨닫고 자신은 항암치료에서 특별히 몇 가지 암을 제외하고는 암치표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은 표적치료제와 3세대 항암제 이외는 이제 적극적으로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생기고 있으며, 1세대 항암제나 수술은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치료용으로 사용한다기 보다는 완화의학적인 차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의사들의 판단이 특히 전문가의 판단이 예상외로 평균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의사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주식투자 제대로 성공한 경제학자는 손에 꼽는다는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예측에 있어서 매우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줍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바로 입시시험의 면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입시에서 면접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실제로 입시시험의 면접은 없어져야 하는 폐습의 하나입니다.
1979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의대의 정원을 150명에서 2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이미 2200명의 지원자 중에서 800명이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일차 추려낸 다음에 이들을 면접을 실시했고, 이들을 각각 0점(입학불가)에서 7점(excellent)까지 수치로 점수를 주었습니다.
면접 점수를 평균한 다음에 800명 중에서 면접점수 상위 350등 이내에서 15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이 중 10명이 등록을 포기했지만, 차순위자들도 대체되어 신입생 선발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다시 법안 때문에 의대 정원이 50명이 늘었기 때문에 추가로 50명을 모집해야 했지만, 법안이 발표된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에 텍사스 의과대학에서 선발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면접점수에서 700~800 등에 해당하는 학생들뿐이었고, 이들 중 43명은 텍사스 의대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의과 대학에서도 입학이 허가되지 않았던 학생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들 중에서 50명을 선발했지만, 학교에서는 신입생 200명 중에서 어떤 사람이 나중에 선발된 50명인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후에 Robert DeVaul 이라는 사람이 이들 학생의 성적의 차이가 있는가를 비교했는데, 결과는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2년차 4년차 그리고 레지던트 1년차의 성적이 모두 똑같았었습니다.
보통 통계학자들이 차이가 없다는 말을 할 때는 통계적인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경우는 차이가 있는데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집단 간의 성적이 아예 같았으며 이들 중 82%가 의사 자격증을 받는데 비율도 동일했습니다.
의사의 환자 수명 예측, 거의 틀려
이 연구를 한 DeVaul은 면접이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이 연구가 있기 전에도 유사한 결론을 내린 소규모의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것으로 판단해 본다면 단지 텍사스 의과대학의 면접관이 무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50명은 텍사스 의대뿐만 아니라 다른 의대에서도 면접에서 모두 떨어졌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면접관이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판단하는 전문가의 판단이 형편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입니다.
또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바로 아파치라고 하여 중환자의 생존 기간을 예측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중환자가 얼마나 살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이러한 정보가 있으면, 임상 결과를 예측하여 치료 계획을 세우고 중환자실 내 질적 평가와 중환자실 간의 비교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중환자실 내 사망률을 예측하는 여러 모델이 개발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그냥 의사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은데 이러한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이유는, 중환자실의 환자의 수명을 예상하는 의사들의 예측이 틀려도 너무 틀렸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주 간단한 보험회사의 통계만도 못했기 때문인데, 보험회사의 통계가 무척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런 질병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얼마 정도 살더라는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언뜻 보면 좀 이상한 일입니다. 의사들은 통계자료는 물론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가질 수가 있고, 그 질병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의사들의 판단이 아주 간단한 통계보다 못하다는 것은 상식 밖의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후에 밝혀진 이야기는 의사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에 더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판단이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서 먼저 떠오는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아주 간단한 통계보다 부정확하게 된 것입니다.
의사들의 판단이 정확하지 못하기 때문에 몇 가지 자료를 가지고 APACHE I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훌륭했지만 일단 과학화되기 시작하면서 APACHE II가 개발되어 중환자의 사망 예측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최근에 APACHE III를 거쳐서 APACHE IV까지 발표되었습니다. 후에 의사들은 이러한 점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현재 APACHE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야기 하나를 더 하고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과학적인 결과 특히 임상시험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도한 신뢰를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대규모의 임상시험과는 달리 암 환자가 마주치는 임상 결과는 아주 소규모의 결과들입니다. 왜냐하면 대규모의 결과는 이미 의학계에 반영되어 일상적으로 의사들이 알아서 적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제품이 소규모 임상으로 환자들을 유혹합니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제품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상시험의 어려움에 대해서 잘 나타나는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건강 검진의 효과 의문
많은 사람이 암 치료에 있어서 미리 검진을 해서 암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경우에 맞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게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인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굉장히 조심해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건강진단의 효과는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 효과가 좋지만,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유방암 검사를 일찍부터 선택한 사람의 수명은 그렇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보다 유방암 사망률이 높습니다.
이 임상이 설계가 매우 어려운 편이라서 초기 임상시험은 모조리 실패하고 재앙적인 결과만 얻었다가, 스웨덴의 말뫼라는 곳에서 간신히 성공하게 됩니다. 그 지역 사람들이 자주 이사를 가지 않고, 많은 사람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지역 내에서 비교하기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대략 50세 이상에서는 건강진단이 장점이 있지만 그 이하에서는 오히려 피해가 크다고 나왔습니다. 이 결과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기론 우리나라의 의사들 중에서 TV에 나와서 이 임상의 가치를 폄하하는 인터뷰를 한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중에 많은 사람이 이와 동일한 임상 결과가 계속 누적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선진국에서는 유방암 정기 점검의 권장 나이를 모두 늦췄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말뫼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한 6건의 임상이 진행되었지만, 모두 신뢰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단지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니까 하나 더 소개하면 바로 갑상선 암입니다. 이 갑상선은 진단법이 발견되고는 수많은 사람이 갑성선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이 암의 수술 후 경과가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갑상선 암의 사망률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의외로 사망률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이 말은 가만히 생각하면 의사들이 필요없는 수술만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것에 대해서는 예방의학을 하는 사람들과 현장의 임상의사 간의 갈등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방의학자들의 무기는 통계이고 이것이 훨씬 더 강력한 의사결정 수단이기 때문에 저는 예방의학자들의 의견이 맞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갑상선 암의 수술이 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의사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환자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갑상선 암이 발견되었는데, ‘우리 그냥 두고 봅시다’라고 말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의사들은 그 암의 평균적인 진행 속도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더 상상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때문에 독자분이나 저는 마지막에 의미없는 치료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암에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분도 이러한 상황을 미리 준비하시고, 의사에게 제안하시는 치료법이 과연 성공률이 높냐고 반드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쉽게 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완화의학은 반려동물에게도 중요
사실 암 환자들에게 있어서 생명이 소중하므로 작은 희망이라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에 헛된 시간으로 소중한 일을 마무리 못하는 것도 사실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완화의학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더불어 많은 사람이 면역력에 관심을 보이고 현대의학과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이러한 변화된 사람의 의술 모습을 최근 동물병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동물의 보호자는 이제 무조건적인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 보다는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우리 수의업계에선 사람 의사들이 걸었던 시행착오를 답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아무쪼록 수의사님들의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