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공헌 ‘은퇴 인명구조견’ 입양 후엔 나 몰라라

등록일 :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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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강 기자 
  입력 2025.02.23 22:01  수정 2025.02.23 22:04

입양자들, 돌봄·의료비 등 부담 가중…정부 지원 호소
박애경 애견협회 사무총장, “은퇴견 지원체계 마련해야”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 ⓒ뉴스펫

은퇴 후 입양된 인명구조견들이 정부의 지원체계 부재로 인해 복지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은퇴 인명구조견을 입양한 보호자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부담 증가하고 있어 은퇴견 관리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퇴한 인명구조견 관리 실태 및 지원체계 제안을 위한 통합 연구’를 주제로 한 건국대학교 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 석사 학위 논문을 최근 공개했다.

인명구조견은 지진, 산사태, 건물 붕괴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생존자 수색 등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는 개다. 사회성, 강한 기질, 집념, 민첩하고 인내심 강한 개체들이 주로 선발되며, 주로 활동하는 견종은 저먼셰퍼드, 마리노이즈, 보더콜리, 리트리버 등이다.

이들 인명구조견들은 노령·질병 등으로 은퇴하게 되면 무상 분양을 통해 민간인에게 입양된다.

하지만 은퇴견들은 역할이 없어지고, 작업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불안과 부적응적 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오랜 시간 특정 작업을 수행한 인명구조견은 새로운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은퇴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편안한 삶을 보장받기 위한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반면 현재 인명구조견의 양성 및 교육 규정은 있지만, 은퇴 후 관리 규정은 없다. 은퇴 후 돌봄에서 겪는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 등 관리 책임이 새로운 보호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4년 3월 개최된 인명구조견 분야의 국가대표를 선출하는 ‘2024 Int. IRO Testing Event’ 모습. 사진 한국애견협회
<지난 2024년 3월 개최된 인명구조견 분야의 국가대표를 선출하는 ‘2024 Int. IRO Testing Event’ 모습. 사진 한국애견협회>

논문에 따르면, 은퇴견 양육자 41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련 어려움, 행동문제, 돌봄 어려움 등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건강 및 의료 관련 어려움에 대한 인식이 가장 높았고, 돌봄의 시간, 노력, 비용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견들이 겪는 질환은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고, 신경계, 소화기계, 귀 질환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견이 노령견과 대형견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양육자 입장에선 의료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응답자들은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 중 5년 이상 은퇴견 돌봄 경력 6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입양자들은 은퇴견과의 정서적 연결을 느끼면서도 돌봄의 어려움과 소통의 거리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사회적 편견과 갈등을 극복하며 은퇴견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지만, 육체적,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과 정부 지원이 없음을 호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차원의 은퇴한 인명구조견에 대한 법적 보호나 제도적 지원 없는 실정이다. 민간단체(한국애견협회 사료)와 일부 지자체에서 소규모 지원(고양시 연 25만 원)을 하고 있고, 경남도의 경우 조례가 있지만 시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은퇴한 119구조견 초롱이와 구조대원 모습. 사진 제주도
<지난해 9월 은퇴한 119구조견 초롱이와 구조대원 모습. 사진 제주도>

박애경 사무총장은 “은퇴견 관리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정부 지원이 전무하다”며 “입양자들은 건강검진 및 병원비 지원 등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퇴견 관리를 위한 지원체계로 ▲입양자 교육 강화 ▲관리지원 프로그램 마련 ▲은퇴견 복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필요성 등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입양자들이 은퇴견을 이해하고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제공 ▲입양자들이 인명구조견의 행동 특성과 훈련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 ▲은퇴견이 다양한 자극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입양자에 지속적인 사회화에 대한 정보 제공 ▲전문 단체와 협력하거나 입양 경험자 커뮤니티 지원 등을 제안했다.

또한 ▲지정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 조기 발견 및 치료 지원 ▲은퇴 직전 건강검진 후 입양 ▲은퇴견이 맹견으로 취급받지 않도록 조끼 제작 등 인식 개선 활동 ▲은퇴견의 화장비 지원과 경건한 장례식 제공을 통해 사회적 감사 표시 및 입양자의 애도 지원 ▲은퇴견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해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공간 조성 ▲입양 후 정기적인 환경 모니터링을 통해 행동 문제 및 입양자의 어려움을 확인·지원 등을 강조했다.

[김진강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뉴스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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